[단독] 채권단 "태영건설 버리더라도 SBS 가진 티와이홀딩스 지키겠단 것"

입력 2024-01-02 18:24   수정 2024-01-10 15:46


태영그룹이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을 신청한 태영건설의 여러 채무 중 지주회사인 티와이홀딩스가 보증을 선 채무만 먼저 갚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채권단 사이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런 조치가 결국 티와이홀딩스와 핵심 계열사인 SBS를 지키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워크아웃 대상은 태영건설이며 지주사인 티와이홀딩스를 지원하는 것은 기존 약속과 다른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태영 측이 최종적으로 어떤 자구노력을 제시할지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태영그룹은 3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서 채권단 400여 곳을 상대로 태영건설의 경영 상황과 자구 계획, 협의회 안건 등을 설명한다. 계열사인 에코비트(종합환경업체), 블루원(골프장 및 레저사업) 등 계열사를 매각하는 방안과 대주주 사재 출연 계획 등을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블루원은 디아너스CC, 블루원용인CC, 블루원상주CC 등 골프장을 보유한 회사다. 오너 일가 지분의 장부가는 128억원 수준이다.

워크아웃은 채권단 75%(채권액 기준) 이상이 동의해야 시작된다. 채권단을 설득하기 위해선 계열사 매각 이상의 자구 노력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태영건설은 지난달 29일 만기가 도래한 1485억원 규모의 상거래채권 가운데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 451억원을 상환하지 않아 논란을 빚었다. 이에 더해 태영인더스트리를 매각해 확보한 자금을 티와이홀딩스의 채무보증을 해소하는 데 활용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채권단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태영건설이 지난달 28일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태영건설에 대한 금융채무는 행사가 중지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태영그룹이 지주사가 보증을 선 채무만 먼저 갚은 것은 채권단에 대한 관리 의무를 저버린 것이란 비판이 많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태영그룹이 태영건설을 정상화하려는 노력을 보여주는 대신 티와이홀딩스를 지키는 데 돈을 썼다는 것은 매우 실망스럽다”며 “워크아웃 개시에 동의하는 채권자가 얼마나 나올지 의문”이라고 했다.

채권단은 오는 11일 1차 채권단협의회를 열어 워크아웃 진행 여부를 결정한다.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에 들어가지 못하면 법원의 회생 절차(법정관리)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커진다. 회생 절차는 워크아웃과 달리 협력업체 공사대금 등 상거래채권까지 모든 채권이 동결된다. 법원이 태영건설의 청산가치가 존속가치보다 높다고 판단하면 회사가 청산될 수도 있다.

국토교통부는 태영건설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불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전날 진현환 1차관을 반장으로 하는 ‘건설산업 신속 대응반’을 편성했다. 국토부 내 주택정책과 등 주요 부서뿐 아니라 건설협회, 건설공제조합, 국토연구원까지 참여한다. 현장 모니터링과 함께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건설업계의 애로사항을 수렴한다.

한편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은 2일 그룹 임직원들에게 보낸 새해 인사 글에서 “워크아웃을 성공적으로 조기에 졸업하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최한종/강현우/유오상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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